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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받는다는 것에 대해 써라

synergy 2022. 6. 29. 23:53

셰릴 스트레이드가 제안하는 글쓰기 주제 중 하나인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해 써라'에 대해 작성해보고자 한다.

생각 없이 셰릴 스트레이드가 제안한 글쓰기 중 마음에 와닿는 주제를 정했는데 계속 어떻게 써야 하나 하고 걱정만 하고 미뤘다. 생각보다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해 소재와 그것을 정리하는 데 참 어려웠다. 지금도 어쩔 수 없이 마감시간 1시간 전 작성은 하고 있는데 어떤 걸 작성할지 정하지 못한 채 뭐라도 작성하고 있다.

사실 이번 주는 남자친구랑 정말 크게 다툰 날이었다. 그래서 저 주제가 더 보기 싫었다. 비공개하고 모든 걸 속 시원하게 적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친구와 싸우면서도 더 주변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싸운 이유는 상견례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어머니의 나에 대한 사랑을, 할머니의 나에 대한 사랑을, 주변 친구들이 나를 아껴주는 마음을 깊게 생각하고 더 좋은 예시로 적고 싶은데 현재 내 마음은 현재의 문제점에 고여있다. 그냥 뭐라도 적어야겠다는 마음에 하나씩 적어본다.

1. 할머니의 손녀사랑
아버지가 어릴 때 큰 사고로 몸이 불편하게 되었다. 그때 집 형편이 어려워 여기저기 맡겨지곤 했는데 용인에 살던 나와 세명의 동생은 제주도에 계신 할머니에게 보내졌다.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 아이 편이 참 맘이 쓰이고 공감 가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할머니는 나와 동생들을 정말 사랑으로 대해 주셨다. 우리 엄마는 좀 엄한 편이신데 할머니는 손자 손녀라서 그런지 뭐든 이뻐해 주시고 모두 허락해주었다. 할머니 옆에 있었을 땐 어른스러워야 하는 첫째 딸의 의무감 따윈 잊어버리고 맘껏 어리광을 폈던 것 같았다. 나의 모든 점을 사랑해주는 할머니. 할머니는 언제나 손녀딸이 상처받는 거나, 타지에서 혼자 사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다. 늘 내가 최고라고 하시고 당당하라고 말하는 우리 할머니. 난 정말 할머니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2. 엄마의 딸사랑
난 엄마와 mbti가 모두 다르다. 내가 enfp인데 엄마는 istj이다. 그래서인지 엄마와 나는 매번 다퉜다. 늘 서로를 이해 못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청소년기에는 나에게 늘 어른의 역할을 강요하며 첫째 딸의 역할을 강요하는 것만 같아서 엄마가 미운적도 많았다. 엄마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특히 느꼈던 때는 대학생 시절과 대학원 시절, 첫 회사 다니는 시절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상처로 허덕일 때나 내가 연구적 능력이 없다고 느끼며 자존감이 바닥을 기어 다닐 때 엄마는 늘 나를 응원해줬다. 엄마가 나에게 '할 수 있다! 잘할 수 있잖아'가 아니라 '00아 너 이제까지 잘해왔어. 힘들면 쉬어도 괜찮아. 쉬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지 다시 한번 생각해도 괜찮아. 이거 못한다고 죽지 않아.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사실 오늘도 엄마랑 엄청 싸웠는데 엄마가 본 카톡을 보면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게 된다.

3. 나를 사랑해주는 주변 친구들
나에겐 좋은 주변 사람들이 많다. 이 점이 참 감사하다. 제주도 친구들의 경우 연락이 끊길 만도 한데 늘 연락이 끊기지 않고 사이가 좋다. 한 친구는 내가 상처를 받는 일을 이야기하면 정말 창의적인 욕들로 상처를 준 사람들 욕을 해준다 ㅋㅋ 그냥 그게 듣기 좋다. 아주 든든한 내편이 있는 거 같아서 창의적 욕에 어이가 없어서 웃으며 다시 한번 용기를 얻는다.
또 다른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어떤 친구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따뜻하게 어떤 친구들은 아주 열렬히 공감해주며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리고 조언도 조심스럽게 해 주는데 그 과정에서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비라이팅에 있는 한 친구도 그런 친구다.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도 정리되고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용기를 준다.

참 이상하다. 분명 내가 처한 문제들 때문에 이 글을 쓰기 싫어서 겨우겨우 적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고마운 점들을 적다 보니 입꼬리가 올라간 채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 주제에 대해 작성하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어느 정도 셰릴 스트레이드의 제안하는 글쓰기 방법대로 적긴 했다.

참고) 셰릴 스트레이드가 제안하는 글쓰기 방법
- 주제를 하나 골라서 손글씨로 두 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보자.
- 끊김 없이 계속 써나가며, 편집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
- 아무런 판단 없이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첫 단계이다.

다시 글을 읽다 보니 아빠의 사랑은 안 적은 게 조금 미안하다ㅎㅎ. 아빠랑 더 추억을 많이 쌓고 다시 이 글을 업데이트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