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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소비를 한 순간 - 체코 스카이 다이빙

synergy 2022. 8. 24. 23:32

이번 비라이팅 주제는 '가장 비싼 소비를 한 순간'이다.

사실 이 주제를 보고 아.. 어떤걸.. 써야 하지 막막하기만 했다.

사실 물욕은 별로 없고 엥겔지수가 매우 높은 사람이다.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 경험을 더 좋아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큰 물건을 질러본적이 거의 없다.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해도 남들에게는 아주 큰 소비는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적게 쓰는건 또 아니다. 그냥 조금씩 많이 쓸 뿐이다.

그나마 물건으로 생각해봤을 땐... 휴대폰, 피아노 정도? 하지만 나에게 큰 의미는 아니라 그냥 시간대비 가장 큰 소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있어서 시간 대비 가장 비싼 소비는 스카이다이빙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스카이다이빙 비용 치고 싼 35만 원? 정도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스카이다이빙은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스카이다이빙이 싸기로 유명한 체코에서 하게 되었다. 3월쯤이었는데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한날 그해 처음으로 스카이다이빙이 개시한 날이라고 해서 더 긴장되었던 것 같다.

경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는데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무언가 시끄럽고 전쟁에 투입되는 군인이 된 느낌이였다. 같이 탑승한 직원들은 나에게 지금이 2000m 고도라고 이야기해주었다. 한라산 고도고 1950m인데 내가 그 정도에 올라온 거 구나.. 지금 보니 약 해발 4300m 정도 되는 곳에서 고공낙하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촬영하고자 하면 10만 원 정도 더 들어서 촬영본은 없다.

그냥 막 시끄럽고 프로펠러 소리와 웅웅 거리고 약간의 긴장감으로 멍 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내리더니 뛰어내리라고 했다. 하나 둘 셋 하고 뛰어내리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내리란 말인가???? 생각할 즈음에 그냥 같이 뒤에 계신 분 덕분에 뛰어내려진다. 나는 놀이기구 탈 때 소리 지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스카이다이빙에서는 입을 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냥 공기가 입으로 순식간에 들어가서 아무 말도 못 한다. 소리도 못 지른다. 그냥 볼살? 얼굴 거죽이 덜덜 덜덜 거리고 정신이 없다. 늘 비행기를 타면서 구름을 지나가는 건 무슨 기분일까 했는데 뭔가 지나간 거 같긴 했는데 이게 구름이었나? 싶었다. 그냥 찜질방 아이스방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이었다. 너무 순식간이었다. 아.. 이런 게 중력가속도이구나라고 느꼈다. 생각보다 아래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고글을 써도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그냥 중력가속도에 끌려가서 바람과 맞서느라 힘들었다 ㅋㅋㅋㅋ

그러다 갑자기 낙하산이 펴진다. 낙하산이 펴진 후부터는 경치도 보이고 구름도 보이고 여유로워진다. 착지도 나름 긴장되고 재미있었다.

그 당시 나의 인스타 글

기념품으로 다시 한번 펴 볼일 없는 수료증과 잠옷이 되어버린 형광 연두색 티셔츠를 받았다.

너무 찰나여서 좋은 순간인지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시간이었지만 내가 죽기 전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봤을까 싶다. 후회되지 않는다. 비싼 소비지만 정말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진짜 자유낙하를 느끼고 싶다면 번지점프를 추천하고 싶다. 번지점프는 진짜 밑에 아무것도 없이 자유낙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스카이다이빙은 온몸으로 저항을 느끼는 느낌이었다. 일단 길다. 아주 길게 저항을 받는다 ㅎㅎㅎ.

앞으로도 나의 비싼 소비는 이런 경험으로 소비되고 싶다. 앞으로도 여행에 아끼지 않고 투자해보고 싶다. 기다려라 아이슬란드! 다음엔 빙하투어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