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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찾지 못했던 잃어버린 물건

synergy 2022. 11. 24. 19:27

이번 비라이팅(글쓰기 모임) 글쓰기 주제는 '끝까지 찾지 못했던 잃어버린 물건'에 대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끝까지 찾지 못했던 잃어버린 물건이라.. 정말 생각이 안 났다.

나는 덜렁대는 편이며 물건을 아주 잘 잃어버린다.

핸드폰, 블루투스 이어폰 등등 안 잃어버린 것이 없다.
뭔가 이 주제에 쓸만한 애정 하는 물건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도저히 애정 하는 물건 중 잃어버린 물건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나에게 애정 하는 물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생각이 하나 났다! 바로 커플링

난 사실 커플링을 두 번이나 잃어버렸다.. 남자 친구에게 좀 미안하지만 맨날 끼고 다니는 커플링을 남자 친구랑 크게 싸웠을 때 남자 친구가 생각나 빼서 책상 위에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가 잃어버렸다.

일단 이 커플링은 2020년에 직접 제작한 커플링이었다. 민어랏이라는 이태원 공방에서 남자 친구랑 직접 만들었다. 현재는 연남동으로 이사했다. 반지 만들기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 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먼저 귀여운 앞치마와 토시를 하고, 길이 맞춰서 톱질하고 망치질을 해서 반지를 연결시켰다. 이후 울퉁불퉁한 옆면을 사포질을 했다. 그다음 끓는 물에 담가서 불순물을 제거했다. 보통 상대방 꺼를 위해 열심히 만들어 준다는 데 우리는 각자 자기 꺼 만들었다. 그다음 내 이름과 남자 친구 이름을 각인했었다. 심플하지만 곡선이 있는 디자인이 맘에 들었고, 내가 만든 반지라 많이 애착이 갔었다. 그리고 사내 같은 팀 커플이라 늘 남자 친구 있는 것을 티 내지도 못했는데 퇴사하자마자 커플링을 해서 너무 좋았다.

민어랏 코지링
착용사진
공방에서 망치를 든 추노1


먼저 첫 번째 잃어버렸을 때, 그때 남자 친구랑 좀 크게 다퉜다. 좀 미워서 친구랑 술 먹고 홧김에 빼고 가방인가 외투인가 넣었던 것 같은데 빠졌던 것 같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출퇴근길과 같은 길이라서 바닥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ㅠ 반지를 어떻게 찾으리.. 마치 사막에서 바늘 찾는 느낌이라서 포기하고 남자 친구가 모르도록 빠르게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ㅎㅎ. 사실 주문도 가능한 걸 알고 있어서 이 반지를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문도 결국 자체 제작이라 오래 걸려서 들켰다ㅠ 남자 친구에게 좀 혼났고 그렇게 새로운 반지를 다시 끼게 되었다.

두 번째 잃어버렸을 때, 그때 남자 친구랑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한 때였다. 마찬가지로 친구네 집에서 푸념하다가 친구 집에서 뺀 것인지 종로 닭 한 마리에서 소맥 먹다가 뺀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마음도 내키지 않아서 열심히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ㅠㅠ. 남자 친구에게 미안하다.

그러고 지금은 남자 친구 혼자 끼고 있다. 근데 충격적 이게도 남자 친구랑 나랑 반지가 바뀌었었다. 각자 반지에 상대방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남자 친구 반지에 남자 친구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작은 여성용 사이즈가 남자 친구 손에 들어간 것도 신기했다. 어쨌든 남자 친구는 계속 반지를 사자고 해서 나는 바로 결혼반지를 사자고 했다.

잃어버렸던 귀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쓰긴 썼지만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할지 난감하다. 일단 반지 잃어버린 경험들을 통해 절대 남자 친구랑 크게 다퉈도 반지를 빼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결혼반지는 특히 더 가격대가 나가서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아래는 남자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오빠 우리 이제 크게 싸우지 말고 대화로 바로바로 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