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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synergy 2021. 8. 18. 15:51

요새 좀처럼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해야겠다만 하고 꼴도 보기 싫었다.

읽어야 할 논문을 읽다가도 딴생각에 잠기고 하기 싫어 쉰다는 명목 하에 유튜브만 TV만 멍하니 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비라이팅(글쓰기모임) 다른 멤버는 마음이 심란할 때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본다는데 나는 글쓰기도 너무 하기 싫었다.

의지를 다시 다지고자 자기계발서도 몇 개 빌려 읽었지만 좋은 문구들이 별로 와닿지 않고 모든 게 다 귀찮고 싫증 났다.

일주일 동안 그냥 그냥 살던 중 지인의 전화가 왔다.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왜 불안해하는지가 신기하게 정리가 되었다.

 

  1. 국비지원 교육이 끝나가고 구직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되어 있지는 않고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2. 곧 남자친구 부모님을 뵙고 결혼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무직인 상태가 좀 신경이 쓰인다.
  3. 생각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재미가 없다.. 나 앞으로 이걸로 먹고살 수 있을 까라는 막연한 불안감.
  4. 국민취업제도 지원금이 종료되어 생활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5. 최근 밤낮없이 프로젝트, 해커톤, 여러 스터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교육 복습에 매진하여 지쳤다.
  6. 코로나 상황 속이라 남자친구 외 대부분의 만남을 비대면으로 진행하여 매일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듣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스터디를 하였다. (코로나 블루인 것 같다)

 

원인을 정리하고 나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아이유의 댓글이 생각났다.

 

 

"불안할 수 있다. 불안한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선 "나는 그저 오늘 하루의 성장만 한다."라고 다짐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 안되면 안 되는대로 놔둬야지.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어떻게든 적은 월급의 직장이라도 가질 수 있겠지 생각하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마음이 정리되니 주변에 복잡한 마음을 대변하듯 어지러운 방 모습이 보였다. 다시 어느 세월에 정리하지 하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지만 난 오늘 자기 전에 침대 옆 주변정리만 한다... 하기 싫은 설거지는 모르겠다 분리수거와 청소기 바닥 닦이, 화장실 청소도.. 모르겠다.. 난 딱 한 가지만 하고자야지!!!! 하고 주변 옷가지와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았다. 그러니 작은 성취감이 생겨 설거지도 어슬렁어슬렁(?) 하게 되었다.

 

슬럼프가 생길 땐 나를 다그치는 건 독인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그냥 조금 게을러도 된다. 

그렇다고 너무 게으르기만 하면 또 죄책감만 들 테니 나의 경우에는 내가 아끼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 나에게 진정 필요했던 건 소통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 슬럼프가 왔을 땐 잊지 말자!

조금 우울하고 불안한 채 시간을 보내도 된다.

게을러도 된다.

친구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자.

막막할 땐 해야 할 일 중 딱 한 개 만하고 나 자신을 엄청 칭찬해주자.

지금의 나도 괜찮다.